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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드라마]스물다섯 스물하나, 나의 소중한 드라마

by ME AND YOU 2022. 5. 31.

<스물다섯 스물하나> 간단한 소개

 1998년, 세상이 통째로 흔들렸던 IMF 때, 스물둘과 열여덟이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나희도와 백이진.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스물셋과 열아홉이 되었고, 둘은 서로에게 의지했습니다. 스물넷과 스물이 되었고,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그리고 스물다섯과 스물하나가 됐을 때, 둘은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나희도와 백이진의 관계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주된 내용이지만, 청춘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시대를 담은 여러 장면에 대한 호평이 많은 작품입니다. IMF를 정통으로 맞은 백이진의 에피소드, 펜싱이 하고 싶은 나희도의 에피소드, 아버지의 빚으로 집이 망하려고 하는 고유림의 에피소드, 그리고 나희도와 고유림의 관계 등 90년대의 감성들이 2030세대는 물론이고 당시의 청춘이었던 40대 초중반의 감성을 많이 자극합니다.

개인적으로 웃겼던 장면

개인적으로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면서 웃겼던 부분들을 뽑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희도의 '백치미'입니다. 나희도는 19살에 맞지 않게 때로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릴 정도로 솔직하고 담백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백치미'가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그녀는 아이 같고, 매우 웃깁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희도가 '외않되'(왜 안돼)처럼 맞춤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고, '풀하우스'가 찢겨서 새로 그려 넣고 그것을 백이진에게 걸려서 '뿌에엥'하고 울면서 도망가는 장면도 그 나이대의 아이 같아 너무 웃겼습니다.
 두번째, 백이진의 '츤데레'입니다. 백이진은 나희도보다 4살 많은 사회 초년생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부터 씩씩하고 재미있는 나희도의 모습이 눈에 밟혀 그녀를 무심히 챙기다가 어느 순간 그녀를 좋아하게 됩니다. 특히, 나희도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질투의 화신이 되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다른 남자에 대한 질투는 극에 달합니다. 그런 백이진의 모습은 귀여워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만 지어졌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말이 필요 없는 이별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할게. 백이진, 너는 존재만으로도 날 위로하던 사람이었어. 혼자 자란 나를, 외롭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이었어. 나도 나를 믿지 못할 때 나를 믿는 너를 믿었어. 그래서 해낼 수 있었어. 완벽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 너 때문에 사랑을 배웠고, 이제 이별을 알게 되네."라고 나희도가 백이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기장에 적었는데, 이를 백이진이 읽게 됩니다. 나희도의 일기장을 읽고, "너는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일으킨 사람이었어, 네가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너는 나를 웃게 했고, 너랑 있으면 가진 게 없어도 다 가진 것 같았어. 네가 가르쳐준 사랑이 내 인생을 얼마나 빛나게 했는지 넌 모를 거야. 정말 고마워."라며 백이진이 답변하는 장면이 있는데,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을 통해 이별을 고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쉬웠던 점과 느낀 점  

 1화부터 나희도의 딸 민채의 성이 백씨가 아니라는 것이 나왔고, 민채가 백이진의 사진을 보고도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등의 장면을 통해서 백이진이 민채의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속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도 민채가 백이진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민채의 아빠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결말을 기다려왔는데, 결말에서조차 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습니다.
 특히 개연성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나희도와 백이진 둘은 1년여간을 아무 연락도 없이 지내도 괜찮았는데, 단지 백이진의 특파원 생활로 인한 거리감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멀어지게 된 것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그간 둘이 쌓아왔던 정서적 교감을 고려한다면 장거리 연애가 둘의 결별 이유가 되기엔 사소한 문제입니다. 이외에도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려 했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백이진이 나희도에게 말도 없이 뉴욕 특파원을 지원했다는 점도 다소 의아한 부분입니다.
 진짜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많은 사람이 잊어버렸던 추억들을 다시 꺼내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갔고, 행복한 모습만 보고 싶어서 드라마에서조차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끝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백이진을 무책임하고, 바보처럼 그린 15화, 16화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람들이 살다가 보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처럼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도, 서로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가시처럼 내뱉으며 이별하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본 방송을 사수하며, 완전히 몰입해서 같이 웃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며 봤던 드라마로써 애정이 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냥 저의 이야기 같아서 평생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었던 드라마였습니다. 나의 20대를, 나의 청춘을 자꾸 꺼내어 보고 싶어서 재방송까지 챙겨봤는데, 드라마 결말을 떠나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노래처럼 이제 기억하려고 해도 잘 떠올리지 않는, 나의 청춘을 소환해 준 소중한 드라마였습니다. 찬란했던 나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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