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내 인생 드라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여자, 그리고 그 대가

아나운서 지망생 김혜자는 취직은커녕 교내 방송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좋아하는 선배 얼굴을 보러 참석한 MT에서조차 처음 보는 남자에게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열정이 없다고 쓴소리만 듣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쓴소리를 한 남자, 이준하(남주혁)를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혜자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기고, 혜자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 계속해서 시곗바늘을 돌립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구했지만, 시간을 돌린 대가로 그녀는 70대의 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변해버린 모습 때문에 혜자는 실의에 빠지게 되고, 결국 집을 나옵니다. 부모님이 자신을 찾지 못하게 멀리 떠나려 하는데, 일은 계속 꼬이고 어두운 준하의 얼굴이 자꾸 눈에 어른거립니다. 혜자는 결국 가족에게 자신의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며 그동안 있던 일들을 털어놓습니다. 혜자의 비밀을 듣게 된 가족들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혜자를 위로합니다.

노인들의 은밀한 작전!

혜자는 노인 홍보관에 다니게 되고, 홍보관에서 준하를 만나게 됩니다. 혜자는 준하가 잠입 취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준하의 자초지종을 알게 됩니다. 비록 시계는 없지만, 혜자는 준하의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아주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느 날, 혜자는 홍보관의 한 할아버지에게서 자신의 시계를 발견하게 되고 할아버지에게서 시계를 억지로 빼앗으려다 실패한 이후로 시계를 차고 있던 할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홍보관에서는 눈엣가시였던 준하를 홍보관의 창고에 가두고, 야유회를 간다면서 노인들을 죽여 사망보험금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혜자는 노인들끼리 의기투합하여 홍보관에서 탈출하고 준하까지 구하게 되면서 해피엔딩(happy ending)을 맞으며 끝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할아버지가 건넨 시계를 받고 반전이 일어납니다.

시계에 숨어 있던 진실이 드러나다

나이 든 김혜자는 사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습니다. 즉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시간 이동 능력의 결과로 나온 내용들이 사실은 치매로 인해 나이 든 김혜자의 기억이 뒤섞인 결과물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1980년, 이준하(남주혁)는 민주화 운동에 얽혀 경찰에 잡혀갔고, 고문을 당한 끝에 숨을 거두고 맙니다. 그런 그의 시계를 고문했던 경찰관이 차고 있었고, 그 경찰관이 홍보관에서 봤던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대상(혜자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자, 혜자는 그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엄하게 대합니다. 그걸 모르는 대성은 누군가의 아빠가 된 현재까지도 그것을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화에서 혜자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더니 며느리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면서 대상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는 혜자는 옛날에 그랬듯 길바닥의 눈을 쓸게 되고, 대상은 그것을 바라보며 옛날을 회상합니다. 어린 시절, 다리가 아픈 대상은 평소에도 자주 넘어졌는데, 등교할 때마다 눈길이 쓸려 있어 학교를 안전하게 갈 수 있던 것은 어머니가 매일 길바닥을 쓸었기 때문임을 깨닫고 혜자와 시골로 내려가 같이 살기로 합니다. 시골로 내려가기 전 혜자는 젊었을 적 준하와 아들과 함께 노을을 보던 추억을 떠올리며,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인생 드라마인 이유

드라마가 끝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알츠하이머'라는 새로운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드라마에 반전을 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반전을 보여줬음에도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고, 복선들을 충분히 회수함으로써 남은 복선들도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의 전개 및 개연성이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알츠하이머라는 질병과 사람들에게 무시와 경멸을 받는 노인이라는 소재를 심도 있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작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마지막 회의 혜자의 내래이션(narration)은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고, 많은 사람을 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