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 로봇은 미스터리, SF, 호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단편 애니메이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감독과 장르가 달라서 다양한 화풍과 연출 방식을 볼 수가 있습니다. 상영 시간도 모두 달라서 짧게는 5분, 길게는 17분에 이릅니다. 제목에 쓰여 있는 것처럼 사랑, 죽음, 로봇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는 작품에 들어가 있어서 사실상 러브 or 데스 or 로봇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성인물로서 폭력적, 자극적, 선정적이며 수위가 높은 작품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몇 가지만 선별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히바로, 귀가 들리지 않은 기사와 사이렌의 유혹
귀가 들리지 않는 한 기사와 다른 기사들은 잠시 강에 머물며 휴식을 취합니다. 그런데 이 강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기사들은 벌거벗은 여성을 보자 눈을 떼지 못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칼이 되어 기사들의 이성을 끊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죽이며 그녀를 따라 강 깊숙한 곳까지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기사는 그녀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살아남은 그는 재빨리 도망칩니다. 그가 강가에 도달하자, 지친 몸을 눕히고 잠시 눈을 붙입니다. 이때, 다시 여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미인계로 기사를 유혹하지만 잠이 든 기사는 깨어나지 않았고, 그녀도 기사 옆에서 잠이 듭니다. 기사는 잠든 여성을 발견하게 되고, 여성은 도망칩니다. 남성은 자신이 발견한 금이 여성의 살갗인 걸 알게 되자 여성을 쫓아가고, 여성은 기사를 유혹하지만, 그는 그녀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피부를 모두 도려내어 그녀에게 붙은 모든 금을 빼앗고 그녀를 폭포에 버린 채 보물을 챙겨 떠납니다. 남성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강가로 가 잠시 목을 축이지만, 이미 그 강은 여성의 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남성은 귀가 들리게 되고, 낯선 소음에 미친 듯이 날뜁니다. 이때, 여인이 다시 강에서 부활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을 잃은 여인의 슬픈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여성의 절규에 그는 죽음의 무도를 시작하며 강가로 향했고, 강의 바닥엔 욕심을 부리다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이름은 '히바로'입니다.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나 모션 블러(motion blur)가 엄청나게 쓰여 어지러운 연출이었지만 자연계 풍경이 딱딱함을 넘어 현실보다 더 아름답고 기묘하게 연출되어 충격이 큰 작품이었습니다. 해석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해석하기로는 스페인 군대가 '엘도라도(El Dorado)'를 찾기 위해 남미 탐험을 하다 강에 거주하는 세이렌(siren)의 목소리에 홀려 다 강에 빠져 죽고, 살아남은 귀머거리 기사에게 사랑에 빠진 세이렌이 그를 유혹하지만, 그저 보물에만 관심이 있던 기사는 그녀를 죽인 뒤 금(비늘)을 다 도려내어 챙기고 그녀를 계곡에 버립니다. 그러나 자연의 일부인 세이렌을 죽인 대가로 대자연의 화를 불러, 온 강물이 피로 물들고 그걸 마신 기사는 피(자연의 치유력)로 물든 물을 마셨기 때문에 귀가 들리게 되고 또한 세이렌이 부활하게 됩니다. 아름다웠던 모습을 잃은 세이렌의 절규를 듣게 되면서 기사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세이렌이 기사들을 유혹할 때 췄던 춤과 노래(비명), 그리고 기사들이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 췄던 죽음의 무도는 무척이나 기괴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하여, 애니메이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현대무용이나 뮤지컬로 공연해도 아주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긋난 항해, 누가 괴물인가
목숨을 걸고 항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제이를 상어를 사냥하는 어선입니다. 이때 괴물이 나타나 선장을 물고 갑판 밑으로 사라지자 그것을 배 안에 두고 항해를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선장을 잃은 선원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고, 토린에게 갑판 밑을 탐색하도록 합니다. 갑판 밑으로 내려간 토린은 괴물이 시체를 이용해 그에게 말을 걸자, 그는 페이든 섬에 데려갈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며, 자신을 절대로 잡아먹지 말라고 괴물과 협상을 시도합니다. 그리곤 그는 괴물에게 먹힌 선장의 물건을 찾아 갑판으로 돌아온 후, 토린은 재빨리 총을 확보해 배를 장악합니다. 페이든 섬은 현재 위치에서 족히 하루 반나절은 걸립니다. 그리고 그 섬의 사람들은 외부인이라면 경멸합니다. 토린은 페이든 섬 근처엔 무인도가 있고 그곳까지 괴물에게 들키지 않고 간다면 그들은 무고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O를 하면 목숨을 걸고 무인도로 가는 것이고, X를 하면 괴물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는 용지를 찢으며 미리 용지의 모서리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해서 누가 어떤 투표를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하며, 딱 두 명이 다른 선택을 했는데, 그들은 페이든 섬을 괴물에게 바치자는 X를 적었다고 합니다. 결국 토린은 무인도로 향하고 그는 선원들의 암살 시도를 눈치챕니다. 그때 괴물이 나타나 토린을 부르고 섬으로 가기를 재촉합니다. 갑판으로 돌아온 그는 선원들이 암살 시도를 용서합니다. 그리고 내일 해가 뜨면 모든 악몽이 끝날 거라고 조금만 견디라고 말합니다. 그날 밤, 그들은 다시 토린을 노렸고, 그는 자신을 죽이려 한 선원들을 모조리 죽이고 시체들을 모두 괴물에게 던져줍니다. 그렇습니다. 토린을 제외한 모든 선원은 페이든 섬을 제물로 바치자고 선택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괴물을 부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냥하는 제이블 상어가 고기는 맛이 없고, 가죽은 질기지만 모두가 혈안이 된 이유는 기름 때문이라고 말을 하며, 배에 불을 붙이고 탈출합니다.
이 작품은 시각적인 것과 별개로 공포에 사로잡혀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려는 선원들을 폭력과 기만으로 조종하고, 결국 괴물을 처치하는 갑판장(토린)이라는 플롯의 짜임새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린이 초반부터 괴물과 거래하여 별 죄책감 없이 동료들을 이용하고 괴물의 먹이로 줘버리는 등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잔혹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지만, 사실 토린은 규칙에 맞게 행동하며, 최선의 방안을 찾고자 했고, 심지어 동료들의 암살 시도까지 눈감아 줬지만, 결국 배신당했습니다. 정작 다른 선원들은 자기네들 살겠다고 무고한 페이든 섬 주민들을 괴물에게 바치려 했고, 모두가 살 방법이 있음에도 두려움에 토린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결국 선원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으신 여러분 눈에는 누가 괴물로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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